Short Essay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인센스를 고르고 불을 붙이는 순간 집에서 향을 피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판교 구석의 작은 동네 펍을 단골로 다니던 어느 날부터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랜 친구의 얼굴을 보러 내려갈 때마다 우리는 펍에서 밥과 술을 마셨다. 비가 오던 어느 날에도, 눈이 오던 어느 날에도, 맑은 날에도. 펍의 3주년을 맞이한 파티날에도 우리는 사장님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사장님께서는 마음에 드는 인센스를 골라가라며 캠핑의자에 앉아있던 우리에게 한 뭉치를 건냈다. 평소 향에 예민해 인센스를 싫어하나, ‘Rain Forest’라는 이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집었다. 그렇게 첫 인센스가 나에게 다가왔다. 좁디 좁은 원룸에 살던 나는 인센스를 피울 여력이 되지 않았다. 집은 환기가 잘 되는 구조가 아니었고, 인센스를 꽂아둘 홀더 또한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비에 젖은 숲길의 향이 궁금했던 나는 집게를 들고 와 창문을 열고 실외기 위에다 향을 피웠다. 생각보다 편안한 향이었다. 이전에는 너무나 강한 향으로 어지러워 했으나, 나중에 보니 나와 맞지 않은 향이었다. 그렇게 나의 취향을 알게 되고 하나 둘 나에게 맞는 향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양한 향이 집에 가득하다. 많은 종류의 죽향부터 연꽃, 허브, 소나무, 쑥 등의 선향, 팔로산토, 화이트 세이지 등 스머징 스틱까지 수납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항상 이 향들 중에서 오늘은 아니 지금은 어떠한 것을 피울지 고민한다. 그러고는 하나를 골라 라이터 혹은 성냥으로 불을 붙인다. 붉게 타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는 찰나 슴슴한 일상에 연기와 향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 Focus on Me@gokgan_je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