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Essay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LP를 고르는 순간 LP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2017년, 7080 가요에 빠진 나는 LP로 듣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다행히도 서울에서는 청음이 가능한 공간이 있었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었다. 지름신이 다가온 것이다. 턴테이블이 없지만 레코드 샵에 가서 무작정 음반 2개를 구매했다. 돈은 부족했어도 가장 뿌듯한 소비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재생을 못한채 자린고비 마냥 눈으로만 봐야 했다. 차근차근 돈을 모아 어렵게 턴테이블을 구매했다. 그 후 나의 LP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중고 레코드 샵에 들러 이문세 7집, 이승철 1집, 조용필 1집을 한 장씩 샀다. 7080을 시작으로 장르가 넓어졌다. 인디, 팝, EDM, Lo-Fi, 시티팝, 재즈, 힙합, OST. 2장이었던 LP는 점차 80여장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LP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확장되며 수납장의 여러 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면 동네 레코드 샵에 들려 LP를 디깅하거나 이달의 앨범을 들으며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채워갔다. 무작정 커버 이미지만 보고 사보기도 하고 때론 구하기 어려웠던 음반을 발견하여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며 소비는 멈추게 되었다. LP 수집은 꽤나 돈이 많이 드는 취미였다. 다행히도 오랜 시간 모아둔 친구들을 번갈아 들으며 소비를 버틸 수 있었다. 지금은 LP를 새로 구매하지 않아도 모아둔 음반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턴테이블에 올려 재생하는 순간 자체를 즐긴다. 손 끝으로 뒤적이다 한 장을 꺼내 보호 비닐을 벗긴다. 턴테이블에 레코드 판을 올리고 조심히 톤암을 내려 음악을 재생한다. 그러곤 식탁에 앉아 지직이는 소리와 함께 멍을 때린다. 음질이 깨져도 마음은 편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 것을 들을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 또한 크나큰 운이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 Focus on Me@gokgan_jeju